-굿센 대표로 있으면서 회사도 인수했다. 마이크로폴리스라는...
"2019년 9월 마이크로폴리스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경영관리 통합솔루션 전문기업으로 특히 내부통제 및 내부회계관리 분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2005년 설립했고 인수 당시 국내외에 고객사 600여 곳이 있었다."
-직(職)을 목표로 해본 적이 없다던데...
"무슨 일이 생기면 그냥 책임을 지고 내려놓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표니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진다. 어떤 결정에 대해 별로 망설여 본 적이 없다. 작년에도 굉장히 힘든 일이 있었지만, 훌훌 털어버렸다. 직(職)을 목표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팀장이든 본부장이든 대표든 다 그렇다. 직을 목표로 하면 이 걸 잃어버리는게 게 두려울텐데, 나는 직을 목표로 하지 않으니 그렇지 않다. 내가 이 자리를 내려놓는다 해서 내가 경쟁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 경험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고 산다."
-워커홀릭 인가?
"아니다. 나 엄청 잘 논다(웃음).
-1위하고 있는 건설ERP 시장 동향은 어떤가
"우리나라에 토목까지 합쳐 약 3천개 정도 건설업체가 있다. 이중 도급 순위 100대 기업과 우리가 일을 가장 많이 한다. 100대 기업 중 최상위 기업은 아무래도 SAP와 오라클같은 외산 솔루션을 쓴다. 여기에 대기업들은 다 계열사를 갖고 있어 전문기업들이 포지셔닝할 부분이 제한적이다. 차세대를 빼고 매년 평균 나오는 건설시장 ERP 규모가 연간 200억~300억원 정도 된다. 이중 우리가 90억~100억을 한다. "
-역시 1위를 하고 있는 내부 통제 사업은 어떤가?
"여기도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우리가 매년 매출을 40억~50억 정도 올린다. 시장점유율(마켓셰어)이 약 70% 정도다. 가격은 구축형이 1천만~2천만원대다. 이 분야 전문 외산 솔루션은 없다. SAP 경우 자기네 ERP모듈 안에 이 기능을 일부 지원한다."
-앞으로 내부통제사업을 더 주력하겠다고 했는데...
"내부회계 관리 쪽은 (고객인 기업들이) 감사에 대응하기 위해 법무법인에서 프로세스를 컨설팅 받는다. 솔루션 쪽은 우리 제품을 쓰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회계법인과 같이 파트너십으로 일을 하고 있다. ESG 경영이 화두인데, 내부회계에서 진화해 ESG 경영을 지원하는 SaaS 솔루션으로 발전시키려 한다."
-굿센의 주력업종이 바뀌는건가?
"주력업종이 바뀌는 것 보다 사업 영역이 넓어지는 거다. 앞으로 굿센은 ESG를 지원하는 SaaS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거다. 전공을 건설전문 ERP에서 탈피, 확대하는 거다. 건설의 색깔을 떼고 ESG를 지원하는 전문 SaaS 기업이 되려 한다. 글로벌기업들도 ERP 기반의 지속가능 경영기업이 수익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우리가 내부회계 관리라고 하는 모듈을 갖고 있다. 이 모듈 중 상시 모니터링 기능이 있는데 이 부분을 ERP와 연계하려 한다. 그러면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의 거버넌스 이슈를 우리 솔루션으로 커버할 수 있다."
-SaaS 기업으로 전환하는건 언제를 원년으로 봐야하나
"오래전부터 SaaS 기업 전환을 준비해왔다. 내가 대표를 맡았을때 미션이 건설ERP 시장에서 탈피, 업의 전공을 확대하라는 거 였다. 즉, 건설에서 탈피해 범용성 있는 솔루션, 즉 SaaS로 인테리전트를 입혀 가라는 게 그룹 미션이었고, 나도 이렇게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이렇게 가고 있고, 변화의 시기에 있다. 본격적인 SaaS 제품이 나오는 내년이 SaaS기업 원년이 되지 않을까 한다."
-변화를 겪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왜 없겠나. 변화는 항상 어렵고 진통이 있다. 전통적인 캐시카우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자원과 투자를 해야하는데 늘 제한적이다. 직원들 DNA도 바꿔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직원들이 SaaS나 인텔리전스 DNA가 아직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클라우드를 전문으로 하는 '클로잇'이라고 하는 관계사가 있고, 회사 변화를 위해 좋은 인력을 계속 뽑고 있다."
-SaaS 전문 회사로 가기 위한 구체적 액션을 말해준다면
"현재 우리가 건설ERP와 내부통제, IT아웃소싱 등 세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3개 분야에서 각각 SaaS 후보군 10개를 도출했고 이중 3개를 올 연말까지 개발을 끝내고 론칭할 예정이다. 예컨대,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 상시 모니터링을 하는 솔루션이 있는데 이를 발전시키면 ESG의 거버넌스까지 커버할 수 있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됐을 때 알려주는 솔루션이다. 최근 한국딜로이트컨설팅과 협력 MOU를 맺은 것도 이 사업과 관련이 있다. SaaS 전문기업으로 전환하는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싶어 MOU를 체결했다. 한국딜로이트컨설팅이 개발한 '자금사고 징후 탐지 솔루션'을 우리가 공급(유통)할 거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이런 분야 솔루션은 자기네가 세계최초라고 하더라. 솔루션 이름은 '라이트하우스(RightHouse)'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
"그렇다. SaaS는 원래 공간 제약이 없지 않나. 그래서 글로벌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SaaS 솔루션 3개를 포함해 3년 이내에 10개의 인텔리전트 SaaS(i SaaS)를 개발해 국내외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최근 우리가 일본에 법인도 설립했다. 이 곳을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에 나갈 예정이다. 일본이나 동남아는 업무 프로세스가 우리랑 비슷한 데가 많아 다른 곳보다 유리하다."
-현재 개발중인 SaaS 3종은 어떤 제품인가
"하나는 AI기반 계약 관리 솔루션이다. AI를 활용해 전자계약을 하는 걸 도와준다. 또 하나는 법인카드 부정사용 방지 솔루션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노무관리 시스템이다. 연내 개발을 끝내고 연말이나 내년초에 론칭할 예정이다. 인사 재무 등 마이크로서비스들을 뽑아내 계속 SaaS 형태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렇게 해야 해외진출도 더 쉽다."
-건설ERP 전체를 SaaS화하지는 않나?
"ERP 전체를 SaaS화는건 너무 무겁다. SaaS 서비스는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딱 긁어주는, 자체가 굉장히 작고 아주 디테일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통으로 한번 가보려고 한 적도 있다. 공사관리 쪽은 우리가 현장 고객이 30곳 정도 되는데, 완전히 SaaS는 아니고 인프라단에서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된다. 모바일로 설치해 사용하는 모듈도 있는데 이게 굉장히 무겁다. 공사 관리에 여러 애플리케이션들이 있는데, 업데이트하는 부분도 그렇고, 회사마다 프로세스가 다르다. 그래서 프로세스를 공통으로 가져가려면 점점 좁게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으로 가기보다는 우리 노하우를 가지고 건설 ERP안에 고객이 가장 가려워하는 곳을 하나씩 하나씩 뽑아 SaaS화하려는 거다."
-인텔리전트 SaaS를 강조하는데, 그냥 SaaS와 뭐가 다른가
"SaaS에 최신 기술을 적용, 기능을 높이거나 최적화한 거다. 예를들어 계약 관리 문서에 GPT 엔진을 접목하는 거다. 계약 당사자가 필요한 부분을 AI를 활용해 해결해준다. 여기 뒷단에 있는 데이터 소스나 GPT 엔진은 우리가 레버리지를 활용해 갖다 쓰는 형태다."
-코스닥 이전 상장 계획도 궁금하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하는 요건은 사실 다 갖췄다. 영업이익 기준 당해 연도 20억 이상이면 되는데 이미 이 조건을 충족했다. SaaS와 인텔리전스 등 보다 고부가적인 제품을 갖춰 상장하려 하고 있다. 내년말이나 내후년초를 상장 목표로 하고 있다.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다"
-내년에 SaaS 전문기업으로 새로운 여정에 나선다. 새로운 일을 만나면 즐겁다고 했는데 역시 그런가
"내년이면 굿센 대표 5년차다. SaaS 전문기업 원년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하지만 너무 신난다. 물론 22년간 SI를 해 SaaS DNA가 없어 힘들기는 하다. 내 생각을 바꿔보려고 책도 보고 AWS 등도 만나곤 한다. 그럼에도 힘든게 사실이다. 나처럼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도 쉽지 않다. 하지만 내년이 굉장히 설렌다. 새로운 배와 새로운 파도를 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많이 기대 된다."
-원래 리스크 테이킹(risk-taker)형인가? MBTI는?
"도전을 즐기는 형이다. MBTI는 ESTJ다. 15년전에 유명 코칭선생님이 '박연정의 톱5 강점'이라며 내 타입을 말해준 적이 있다. 그 다섯가지 강점은 ▲Maximizer ▲Achiever ▲Positivity ▲Woo ▲Communication이다. 굉장히 유명한 툴을 갖고 진단을 한 거다. 맥스마이저(Maximizer)는 다른 사람의 강점을 끌어내 성과를 극대화하는 건데 여성들한테 잘 없는 특징이라고 하더라. 어치버(Achiever)는 성과 지향, 포지티버티(Positivity)는 적극성, 우(Woo)는 사교성과 친화력을 말한다.
-강점 말고 단점은 무엇이 있나?
"공감 능력이다. 어치버라 그런지 (공감을) 많이 배우려고 노력을 하는데 잘 안된다(웃음). 도와달라는 사람을 잘 거절을 못하는 편이다."
-어떤 경영자로 기억되고 싶나? 직을 연연해 하지 않는데...
"리더십에 대해 멋있는 말들이 많이 있다. 책임지는 리더 등등. 이런 거를 포함해 나를 오랫동안 알고 있는 선배가 지어준 별명이 있다. '카멜레온'이다. 언제 어디에 있든 성과를 낸다며 붙여준 거다. 굿센 대표로 올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나는 기획실장으로 있었는데, 이 선배가 그룹 고위층에게 "박연정은 카멜레온이야. 무조건 성과를 낼 거니 그냥 맡기면 된다"고 했다고 하더라. 사실 카멜레온 말고 팔방미인이라는 별명도 있다(웃음). 어딜 가나 그 색깔에 맞는 성과를 내는 리더가 되고 싶다. 성과를 내는 리더 밑에 있으면 구성원들도 일하는 재미를 느끼지 않나."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이나 후배 경영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한 20년 가까이 이 얘기를 하고 있다. 내 멘토인 인코칭 홍의숙 회장이 리더십 강의하면서 쓴 책이 있는데, 나를 주인공으로 했다고 하더라. 책 제목이 '최고가 되는 여성리더십 5단계'다. 인코칭에서 여성 리더십을 강의할때 쓰는 교재이기도 하다. 이 책 제목에도 있는데, 나는 여자 후배들한테 하나만 말 하라고 한다. "세이 예스"라고. 우리 여성들이 너무 겸손하다. 어떤 일을 맡기면 "제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한다. 리더는 그 사람한테 그 일을 맡길 때는 90% 이상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맡기는 거다. 그런데 여성들은 80~90% 그 일을 알아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다르다. 50%만 알아도 한다고 한다. 여성들이 팀장 이상을 못 가는 이유도 그런거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고 이런 허들(장벽)은 리더가 다 풀어줄 거다. 일단은 한다고 해라. "예스 벗"이라고 하면, 벗은 다 위에 리더들이 풀어줄거다. 기회가 오면 잡고 거기서 성과를 내면 넥스트가 있는 거다. 그런데 기회를 안 잡으면 계속 거기에 머물러 있는거다. 오퍼가 오면 무조건 "예스"라고 하라."
-인생에서 제일 어려웠던 때는?
"LG혁신학교 조교가 되기전 교육을 받았을 때다. 4박5일 중 마지막날 영하 20도가 넘는데 야간산행을 했고, 얼음물에 들어가 고기를 잡았다. 아이 낳는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운게 있더라. 엄지 발톱이 까맣게돼 빠졌다. 혁신학교는 원래 한계를 극복하는 거다. "혁신은 실행이다"와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가 당시 혁신학교 구호였다. 입소한 리더들을 대상으로 이 둘을 밤새도록 소리지르게 만들어 목이 닳도록 한게 바로 나였다(웃음). 지금까지 이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말을 들을때 기분이 좋나? 어려웠을때 위로가 되는 말은?
"당신 참 멋지다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이 말을 듣고 싶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내가 다 잘할 수 없다. 아까 이야기한 것 처럼 나는 맥스마이저(Maxmizer) 타입이다. 다른 사람의 강점을 키워 조직의 성과를 내고 싶다. 요즘 한자성어 퀴즈가 유행하더라. 생각나는 사자성어를 1개에서 3개까지 말하는 거다. 나는 1번이 역지사지였다. 2번은 이심전심, 3번은 유유상종이였다. 1번이 뭔지 아나? 인생관이라고 하더라. 2번은 남녀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다. 유유상종이 맞다.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모인다. 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멀리하는 편이고, 이 부분은 단호하다. 마음에 안 들면 안 가고 안 나타난다.(웃음). "
-리더는 결단의 직업이다. 결단할때 기준이 있나?
"모든 결정의 순간에 생각하는 세 가지가 있다. 멘토인 유승삼 전 한국MS 사장에게 배운 거다. 원래 HP 회장이 2006년도에 말한거라 하더라. 첫째, 기여할 수 있나? 둘째, 배움과 성장이 있나? 셋째, 즐거운가? 이 세가지다. 배움과 성장을 무척 좋아한다. 배우고 성장하는 걸 평생하고 싶다. 즐거우니 열심히 일해 기여하고 성과가 난다. 성과가 나니 또 즐겁다. 이런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회사에서 이런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건가?
"직원이 130명 정도 되는데, 직원들한테 항상 이 이야기를 한다. 기업 문화를 잘 만들어 보고 싶다. 우리 회사는 젊다. 파릇파릇한 친구들이 많다. 젊은 직원들에게 많이 배운다."